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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혈관 건강의 비상통로 곁순환, 중강도 운동, 측부순환 운동

s2dudal 2026. 4. 25. 23:30

혈관이 혈전으로 막혀도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심장 혈관이 막히면 심정지가 오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심장 안쪽 혈관망 자체가 다르다는 겁니다. 그 차이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글을 쓰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곁순환, 운동이 심장 안에 만드는 비상 통로

저 혼자는 절대 나오지 않을 단어인 측부순환(collateral circulation), 줄여서 곁순환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회사 동료 이야기 덕분이었습니다. 여기서 측부순환이란, 주요 혈관이 막혔을 때 혈액이 우회해서 흐를 수 있도록 형성된 보조 혈관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심장 안에 만들어지는 비상 골목길 같은 것입니다.

제 동료는 40대 중반에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검사 결과 관상동맥, 즉 심장 바깥쪽에 붙어 있는 굵은 혈관이 혈전으로 막히기 직전이었는데, 주치의가 "평소에 운동하셨죠?"라고 묻더라는 겁니다. 실제로 그 동료는 꾸준히 달리기를 해왔고, 덕분에 측부순환이 발달해 큰 위기를 넘겼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오래 맴돌았습니다.

운동을 하면 심장 근육 안쪽 작은 혈관들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아 새 가지를 뻗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미세 혈관망이 바로 곁순환이고, 굵은 혈관이 막혔을 때 주변의 멀쩡한 혈관들이 이 통로를 통해 혈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과 꾸준히 한 사람의 심장 혈관 사진을 비교하면 잔가지 수가 눈에 띄게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운동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수치로 보면 꽤 인상적입니다.

-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500명 중 약 1명의 심근경색을 예방합니다
-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 약은 심근경색 및 사망률을 약 10~15% 감소시킵니다
-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25~30% 줄이며, 특정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25~30%까지 낮춥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신체활동 가이드라인](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9789240015128))

약과 비교했을 때 운동의 수치가 압도적이라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합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운동이 약보다 효과가 크다는 식의 단정적인 해석은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심근경색이나 혈전증은 유전적 소인, 식습관, 흡연력, 기저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운동은 강력한 예방 도구이지만, 이미 질환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의학적 치료와 병행해야 한다는 점은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중강도 운동, 기준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운동 강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애매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방법을 써봤는데, 가장 현실적으로 쓸 만한 기준은 결국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주 3~5회,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WHO](https://www.who.int)). 여기서 중강도 운동이란, 운동 중에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하지만 문장이 약간 끊기는 정도의 강도를 의미합니다. 숨이 가빠지지만 완전히 말을 못 할 정도는 아닌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맥박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도 있습니다. 안정시 심박수(resting heart rate)란 가만히 쉬고 있을 때 1분간 뛰는 심장 박동수를 말하는데, 이 수치에 30~40을 더한 범위를 목표 심박수로 삼아 운동하면 중강도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안정시 심박수가 65회라면, 운동 중 95~105회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요즘은 스마트워치나 러닝머신 손잡이 센서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저 같은 경우는 이 방법을 주로 씁니다.

주의해야 할 상황도 있습니다. 운동을 삼가야 하는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평소보다 유난히 숨이 많이 차거나 몸이 무거운 날
- 운동 전 혈압이 평소보다 40~50 이상 높거나 비정상적으로 낮은 경우
- 운동 중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 현기증, 한쪽 팔 힘 빠짐이 나타나는 경우

운동 중 이런 증상이 생기면 그 자체가 하나의 검사 결과입니다. 고민하지 말고 바로 응급실을 찾는 것이 맞습니다.

측부순환을 키우는 운동,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1970년대 캐나다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 여덟 명을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심근경색 환자에게 운동은 금기였으니 의학계로서는 완전히 상식을 뒤엎는 시도였습니다. 결과는 일곱 명이 완주, 완주하지 못한 한 명도 심장 문제가 아니라 발바닥 부상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심장 환자가 마라톤을 뛴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으니까요.

이 사례 이후 심장 수술 환자도 중환자실에서 회복하는 순간부터 운동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판막 수술 직후에도, 심장 이식 후 일반 병실로 옮긴 당일에도 가벼운 움직임부터 시작합니다. 운동을 못 하는 상태는 이론적으로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또 하나 기억해두면 좋은 것이 종아리 근육입니다. 종아리는 제2의 심장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 정맥혈을 심장 쪽으로 밀어 올리는 펌프 역할을 합니다. 이를 근육 정맥 펌프(musculovenous pump)라고 합니다. 여기서 근육 정맥 펌프란, 종아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혈액 순환을 돕는 보조 순환 기전을 말합니다. 지하철에 서 있을 때 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만 반복해도 이 펌프가 작동합니다. 돈도, 공간도, 시간도 필요 없는 운동입니다.

물론 운동만으로 모든 심혈관 질환이 해결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유전적 위험 요인이 높거나 이미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이 진행된 경우에는 운동이 중요한 보완 수단이지 유일한 해답은 아닙니다. 여기서 죽상동맥경화증이란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 등의 지방 찌꺼기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 고지혈증 약물 치료나 정기적인 혈관 검사와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안전합니다.

운동은 분명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만능 처방이라는 식의 과장이 오히려 의학적 치료를 미루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운동과 치료를 대립시키지 않고 함께 가져가는 사람들이 가장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정리하면, 심장 건강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하루 30분, 살짝 숨이 찰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마라톤을 뛸 필요도 없고, 헬스장을 등록할 필요도 없습니다. 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것부터, 걷다가 약간 보폭을 넓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다만 이미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증상이 의심된다면, 운동 처방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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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1HLIRayP7U